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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오랜만의 기록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바빠서라면 핑계일 테고, 아마 나사가 빠져서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지 못해서일 것이다.그럼에도 시간은 어느새 이만치나 지났다. 시간은 이렇게나 빨리 간다. 그래서 다시 쓰기로 했다. 뭐라도 쓰기로 했다. 보잘 것 없는 일기 몇 줄이라도 좋으니 쓰기로 했다.사실 전엔 그랬다. 내 책상에는 몇 년째 Bookend the day 라는 종이가 끼워져 있다. 옛날에는 나름 규칙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실패하고, 또 노력했다. 헌데 언젠가부터 그런 노력조차 없어졌다. 하루하루 살아내기에도 버거웠나 보다.내일 모레면 서른이고, 회사에 다닌지도 만 일년이 되어간다. 돌아보면 어찌어찌 하다보니 군대도 다녀왔고, 대학도 졸업했고, 직장도 구했고, 차도 샀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카테고리 없음 2015.07.23

7번방의 선물 / 수상한 그녀 - 프로의 촉

과 . 1,200 만, 860 만 관객을 동원한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흥행 영화다. 얼핏 봐도 저렴한 제작비의 두 영화는 엄청난 돈을 벌어 들였을 것이다. 두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1. 후지고 유치하다.(특히 7번방) 2. 흥행. 3. 흥행 이유는 아마 특출난 캐릭터와(심은경과 류승룡 배우의 연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4.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T&M 가 아닐지. 와 (여기 넣긴 미안하지만) 도 비슷한 맥락의 흥행작이 아닐까 싶다. 투자사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내가 이런 영화들의 시나리오를 읽었으면 과연 '찬성' 을 할 수 있었을까. 개취와 대중의 취향을 구별해서 생각할 줄 아는 안목, 그리고 시나리오적 상상력. 이 둘은 영화사 직원이 갖춰야 할 '프로의 촉' 일 것이다.

영화, MKT 2015.06.28

버드맨 15초 광고를 보고 - 영화 광고에 대한 생각

무심코 TV 를 보다가 버드맨 15초 스팟을 봤다. 순간 야마가 돌았다. 내가 버드맨이라는 영화를 재미없게 봐서가 아니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고, 버드맨이 누군가에게는 사랑받을 영화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저 예고편은 영화의 본질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BGM, 컷, 리뷰까지 모두. 평론가와 대중의 차이는 컨텐츠를 보고 생각하는 깊이에 있다. 평론가는 영화를 작품으로 보고 분석한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고,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반면 대중의 스펙트럼은 훨씬 넓다. 영화에서 단순히 '재미' 를 찾는 사람도 있고, 재미보다 '의미' 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 스펙트럼이 취향의 다양성이고, 그 다양함의 평균치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중의 취향' 이다. 평론가와 대중의 눈은 다르다. 평론가에게 ..

영화, MKT 2015.03.11

담배값 올려봐라, 내가 끊나 - 롤링 타바코(말아피우는 담배) 간단 입문 소감

담배값이 올랐다. 2,000 원이나. 원래 2,000 원짜리 디스를 태우던 나에게는 무려 두 배가 된 것이다. 이참에 담배를 말아 피워보겠다고 결심했다. 결심은 년초에 했는데, 이래저래 바쁘게 살다가, 엊그제 날씨가 너무 좋길래 홍대 파이프스토리에 다녀왔다. 날씨가 좋아서 담배나 쳐 사러 가는 꼴이라니 ㅡㅡ;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여자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같이 맞담배나 한대 태우면 좋겠다고 생각) 뭐가 뭔지 모른다고 겁먹을 필요 없다. 돈 들고 가면 다 해결된다. 1. 롤러 / 2. 필터 / 3. 연초(담배잎) / 4. 마는 종이 연초 2종, 마는 종이 3종 구매했는데 총 27,000 원 정도. 진입장벽이 낮은 기호품이다.롤러 없이 손으로 말 수도 있긴 한데, 담배 모양이 꾸깃꾸깃 좀 추접다..

일상 2015.03.09

<오! 수정> (2000) - 이 정도의 대중성과 이 정도의 시사성

홍상수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는 ‘다큐이기를 원하는 극’ 이라고 전에도 쓴 바 있다. 문제는 “재미가 없어!” 라고 글을 맺었는데, 은 나름의 재미도 있는 영화였다.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의 겉보기와 후반부의 속 이야기. 어떤 이야기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숨겨진 스토리, 캐릭터의 진짜 모습을 풀어내는 후반부에서 꽤 커다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정도 한 스푼의 대중성과 이 정도 두 스푼의 시사성이라면 딱 좋을텐데. 은 지금껏 본 홍상수 영화 중 (그나마) 가장 균형이 좋았다. 남자명불허전. 남자의 찌질한 모습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묘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끔은 내 자신이 민망해질 지경. 감독님은 아마 자기 자신..

영화, MKT 2015.02.22

2015 설, 슈퍼커브타고 즉흥 여행 (춘천, 속초, 주문진)

뽈뽈이를 친구에게 넘기고, 새로 장만한 커브.배달용과의 차별화를 위해, 편의를 위해 소소한 튜닝을 했다.나름 예쁘다고 자부하지만, 저 얼굴에서 풍기는 배달의 향기는 어쩔 수 없나 싶다. 설에 시골도 안가는데, 집에서 빈둥대느니 어디라도 가면 좋겠다 싶어서 무작정 떠나기로 결심.어디갈까 하다가 친구가 속초가 괜찮다길래 무작정 속초로 목적지 설정.2박 3일 일정의 짐을 싼다. 청바지만 입고 갔다가 얼어 죽을뻔했다. 다이소에서 레깅스 구입. 가는 길에 담배한대 태우려 멈춰서 찍음. 속초까지 한큐에 찍을까 했지만, 날씨가 궂어서 무리. 춘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게스트하우스 봄엔. 도미토리. 2만원.나 말고 두 친구가 더 있었다. 산토리니 라는 곳이 좋다길래 갔다.이탈리안 레스토랑 / 카페. 이런 분위기..

일상 2015.02.20

최근, 퇴근, 그리고 시간 관리.

글을 쓰고 싶었다. 사람이 간사한지라, 시간이 남아 돌던 백수시절에는 쓰지 않던 글이, 못하게 되니 무지하게 쓰고 싶어 졌다. 회사라는 조직의 일원이 된 지도 두 달 하고 10일이 지났다. 계약서에 떡하니 써져있는 ‘3개월간 수습, 수습기간 동안 부적격자로 판단 시 갑에게는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있음’ 이라는 문구에 긴장했던 마음도 진정이 되어간다. 이젠 조직의 '안사람' 이 된 느낌. 직장을 다니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여섯시 반쯤 주섬주섬 일어나서, 씻고 엄마가 챙겨주는 간단한 식사를 한다. 최근에 사제낀 옷을 주섬주섬 골라 입는다. 옷은 보여지는 이미지인지라, 되도록 깔끔하게 입으려 노력한다. 일곱시 반 쯤에 집에서 나와, 악명높은 2호선 신도림역 지옥철을 탄다. ---. 보통 출근길은 집에서 ..

일상 2015.01.01

송구영신

2015년이 됐다. 책이나 조금 읽고 자려다가 뭐라도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다. 기분이 매우 좋다.돌아보니 아주 중요하고 버라이어티했던 2014년이었다. 내년엔 못 쳤던 테니스도 다시 치고,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쓰고,매사에 더 자연스러워 지고,연애도 하고,내후년엔 결혼해야지. 태어난 것 부터 내가 타고난 것,주위의 모든 사람과 사물들.모든 것에 정말 감사한다. 대단한 욕심을 부리기 보다, 2015년엔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기를.

일상 2015.01.01

양파와 살아있는 것

내 방에는 양파가 있다. 방에 양파를 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며, 마음대로 엄마가 놓은 것이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별 것도 아니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뒀다. 몇 일 전부터 왼쪽 양파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 물도, 햇볕도, 일말의 신경도 주지 않았는데 저 혼자 초록색 줄기를 뻗어내고 있는 것을 보니 생명의 신비가 느껴졌다. 양파주제에 뭐라고, 살아있다고, 살아보겠다고. 그러다 시들해지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녀석이 줄기를 높게 올린다. 애틋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신경쓰지 않다가 가끔 눈길을 주면 ‘어라? 언제 이렇게나 자랐지’ 싶은 것이, 나름 보는 맛이 있다. 오늘은 오른쪽 양파에서도 초록색을 봤다. 왠지 기특한 마음에 물을 주고 싶어져서, 물을 조금 받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엔트로피의..

일상 2014.12.22

사람이 변한다는 것

몇일 전, 하루 한 시간씩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한번에 지켜지지 않았다. 사람이 다짐한 대로 변한다는 것은 이렇게 어렵고 더디다. 다행인 것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되면, 결심을 배신한 내 자신에게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부끄러움이 원동력이 되어, 피곤하지만 침대에 눕지 않고 앉아서 이렇게 무언가를 쓴다. 이렇게 30일에 한번 쓸 글을 20일에 한번 쓰고, 20일에 한번 쓸 글을 10일에 한번 쓰고. 그러다 보면 글을 더욱 많이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결심하고, 결심을 잊지 않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움직이고. 이것의 반복으로 우리는 조금 더 결심에 가까운 사람이 된다. 반 보, 반 보가 모여 열 걸음, 백 걸음이 되고, 뒤를 돌아보면 나는 이만치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사..

일상 201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