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담배값 올려봐라, 내가 끊나 - 롤링 타바코(말아피우는 담배) 간단 입문 소감

SGZ 2015. 3. 9. 23:57



 담배값이 올랐다. 2,000 원이나. 원래 2,000 원짜리 디스를 태우던 나에게는 무려 두 배가 된 것이다. 


이참에 담배를 말아 피워보겠다고 결심했다. 결심은 년초에 했는데, 이래저래 바쁘게 살다가, 엊그제 날씨가 너무 좋길래 홍대 파이프스토리에 다녀왔다. 날씨가 좋아서 담배나 쳐 사러 가는 꼴이라니 ㅡㅡ;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여자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같이 맞담배나 한대 태우면 좋겠다고 생각) 뭐가 뭔지 모른다고 겁먹을 필요 없다. 돈 들고 가면 다 해결된다.


1. 롤러 / 2. 필터 / 3. 연초(담배잎) / 4. 마는 종이


연초 2종, 마는 종이 3종 구매했는데 총 27,000 원 정도. 진입장벽이 낮은 기호품이다.

롤러 없이 손으로 말 수도 있긴 한데, 담배 모양이 꾸깃꾸깃 좀 추접다. 유럽 여행할 때 양놈들이 능숙하게 침발라 말던 모습이 떠오르는데, 그 모습도 유럽이니 낭만적이지... 우리나라에서 누가 저러고 있으면 좀 추접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매일 밤, 다음날 태울 하루치를 미리 말아서 담배곽에 넣어 다니기로 한다. 사람은 단순노동에서 은근한 몰입과 쾌감을 느끼는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으로 나쁘지 않다.


입문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가이드를 내려 주겠다.

사람은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은데,

1. 내가 끓인 라면이 더 맛있는 사람
2. 남이 끓인 라면이 더 맛있는 사람

그리고,

1. 새로운 라면의 창조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
2. 끓이던 대로만 끓여먹는 사람


난 둘 모두 1번에 해당하는데, 내 품이 들어간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빤질빤질한 새 물건도 좋지만, 내 손때가 묻은 익숙한 물건이 더 좋다. 

담배도 그렇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생각해보면 최고의 기호품이라는 담배에 몇 종류의 기성품만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종류가 많긴 하다. 넓게 보면 시가, 파이프도 있고).

라면 취향이 나와 같다면 시도해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간단하게 롤링 타바코의 장단점을 정리하면서 글을 맺는다.

장점
1. 몸에 덜 해로운 느낌이다 - 목에 자극적으로 흡수되는 느낌이 덜하다.
2. 담배냄새가 덜하다.
3. 잎 / 필터 / 페이퍼 를 내 취향대로 커스텀한다는 느낌이 좋다.
4. 향이나 풍미가 완성품 담배보다 확실히 좋다.
5. 마는 재미가 있다.
6. 가지고 다니는 양이 한정되기 때문에 흡연량을 조절하게 된다.
7. 싸다.
8. 나름 고급진 취향이라고 자위를 할 수 있다.

단점
1. 마는 모습이 추접스러울 수 있다.
2. 말아놓은 담배도 기성 담배보다 빈티난다. - 기성담배처럼 희고 잘 빠지게 안나옴.
3. 약쟁이 같이 보인다.
4. 진짜 골초같아 보인다 - '저렇게 수고해서까지 담배를 태우고 싶나?'
4. 급할 때 간편하게 아무데서나 사서 피울 수 없다.
5. 마는게 귀찮을 수 있다.
6. 빈티날 수 있다 - '그거 2,000 원 올랐다고 말아피우나보네 ㅉㅉ' OR
    태생의 한계 - 롤타는 원래 기성품을 사기 힘든 빈민층에서 주로 태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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