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었다. 사람이 간사한지라, 시간이 남아 돌던 백수시절에는 쓰지 않던 글이, 못하게 되니 무지하게 쓰고 싶어 졌다.
회사라는 조직의 일원이 된 지도 두 달 하고 10일이 지났다. 계약서에 떡하니 써져있는 ‘3개월간 수습, 수습기간 동안 부적격자로 판단 시 갑에게는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있음’ 이라는 문구에 긴장했던 마음도 진정이 되어간다. 이젠 조직의 '안사람' 이 된 느낌.
직장을 다니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여섯시 반쯤 주섬주섬 일어나서, 씻고 엄마가 챙겨주는 간단한 식사를 한다. 최근에 사제낀 옷을 주섬주섬 골라 입는다. 옷은 보여지는 이미지인지라, 되도록 깔끔하게 입으려 노력한다. 일곱시 반 쯤에 집에서 나와, 악명높은 2호선 신도림역 지옥철을 탄다. ---. 보통 출근길은 집에서 나와 사무실의 내 자리까지 한 시간정도 걸린다.
일과를 시작한다. 다행히 한 사람 몫은 해내는 기분이다. 주어진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빼 먹은 일은 없는가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금세 퇴근 시간이 된다. 회사의 공식 퇴근 시간은 오후 여섯시. 상황에 따라 야근을 하기도 하지만, '야근은 선택’ 이라는 분위기다. 좋은 회사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후 일곱시 반에서 여덟시 쯤이 된다.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고있다 보면 금세 열시. 이것저것 구독하는 것을 읽다 보면 금세 열한시, 열두시. 자야 할 시간이다. '퇴근하면 이것저것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던 것들은 자주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름 야근없는 나도 이렇게 시간이 부족한데, 야근 많은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얼마나 시간이 없을까.
‘일만 할 수 있다면, 매일 야근을 해도 좋아!’ 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헌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사무실에 쳐박혀 있으면 오히려 일이 잘 될 수가 없다.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은, 사람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느껴야 한다. '지금 세상은 이런 곳, 지금 사람은 어떤 사람' 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나와서 타인의 입장에 설 줄 알아야 한다.
인사이트는 그런 감각들의 조합에서 나온다.
그래서 퇴근 후의 시간은 소중하다. 그래서 퇴근 후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잘 살기 위해서는 당연하고, 일을 잘 하기 위해서도.
간만에 무언가를 쓰기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고 의욕이 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열한시 밖에 되지 않았다.
매일 한 시간쯤 글을 쓰는 것은 분명 매우 좋은 습관이 될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꼭 그렇게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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