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양파와 살아있는 것

SGZ 2014. 12. 22. 23:48



내 방에는 양파가 있다. 방에 양파를 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며, 마음대로 엄마가 놓은 것이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별 것도 아니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뒀다.


몇 일 전부터 왼쪽 양파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 물도, 햇볕도, 일말의 신경도 주지 않았는데 저 혼자 초록색 줄기를 뻗어내고 있는 것을 보니 생명의 신비가 느껴졌다. 양파주제에 뭐라고, 살아있다고, 살아보겠다고. 

그러다 시들해지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녀석이 줄기를 높게 올린다. 애틋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신경쓰지 않다가 가끔 눈길을 주면 ‘어라? 언제 이렇게나 자랐지’ 싶은 것이, 나름 보는 맛이 있다.


오늘은 오른쪽 양파에서도 초록색을 봤다. 왠지 기특한 마음에 물을 주고 싶어져서, 물을 조금 받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엔트로피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에는 생명체에 대한 깊은 함의가 있지 싶다. 모든 것은 균질한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생명체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모래 사이에서 중력에 거스르는 나무가 세로로 솟아나고, 번식을 통해 계속 자신과 같지만 또 다른 존재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모든 살아있는 것은 신비롭고, 또 애틋하다. 모두 자연의 섭리에 죽을동 살동 개기면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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