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의 첫 애마 뽈뽈이

SGZ 2014. 12. 22. 01:28



내 삶의 별 것 아닌 목표 하나는, 할리의 오너가 되는 것이었다. 바이커는젊음이라면 번쯤 가져봐야 싶은 이미지였고, 정점에 있는 것이 할리였다. 생각으로만 끝날 일이었지만 정말 생각으로만 끝날까, 맛이 나지 않던 때에 충동적으로 입양해버린 것이 뽈뽈이다. 가슴을 울리는 할리는 아니지만, 매뉴얼 입문용으로는 쓸만한 녀석이었다. 덩치는 거대하지만, 125cc 밖에 되지 않는 민망한 배기량 때문에 자조적으로 지어준 애칭이뽈뽈이.


스쿠터와 바이크의 차이는 자동차로 치면 스틱과 오토의 차이다. 땡기면 나아갈 뿐이냐, 기어를 넣어줘야 하느냐의 차이. 충동적으로 지른 뽈뽈이를 입양한 곳은 수유였나 미아였나, 어쨌든 강북이었다. 매뉴얼 바이크를 타본 적이 없다는 말에, 파는 사람의 걱정스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지하주차장을 바퀴나 돌았지만, 운전 실력은 여전히 꽝이었다. 인도에서 제자리 , 신호에 걸릴 마다 시동 꺼먹기를 십번 반복하고 나서야 동네인 신도림에 도착했다. 사서 고생인데도, 익숙한 동네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이란. 그렇게 개고생을 하면서 데려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 3개월이 지났고, 14,000km 가량이였던 주행거리는 18,000km 넘었다.


그간 멀리는 아니지만,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학교에 늦을까 아슬아슬 마다 뽈뽈이는 등교시간을 단축해 주었고, 월요일마다 독산동 테니스장에 때에는 든든한 이동수단 이었다. 나름 여자친구를 태우고 데이트도 해봤으며, 집에 오는 길, 괜스레 꽁기한 마음에 낙산공원을 올라가기도 했다. , 순석이와 함께 홍대에서 광화문까지 월드컵 응원을 갔던 것도 잊을 없는 추억이다.


애니미즘인지 뭔지, 기계따위에 불과한데도 옆을 지키던 것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든다. 2013 9, 여름의 기운이 가셨을 . 겨우 시동을 꺼먹지 않을 정도로만 기어를 넣는 것이 익숙해 졌을 . 반팔티, 반바지 차림으로 뽈뽈이 위에서 쨍한 햇볕을 받으며 느꼈던 해방감은 아마 평생 머리 한구석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비록 꿈에 그리던 할리는 아니었지만, 뽈뽈이는 충분히 좋은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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