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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언어를 디자인하라 - 유영만, 박용후 지음

면접을 준비하던 타이밍에 읽게된 책. 우연치않게 면접과 묘하게 관련 있는 책이었다. 하이라이트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 생각났다. 철학적 개념이 부족하면 복잡한 현실을 꿰뚫는 추상적 사유가 불가능하다. 인문학적 언어가 부족하면 사람의 아픔을 읽어낼 수 있는 감수성이나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독서는 읽기만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쓰기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생각에 말이라는 옷을 입혀 세상에 내놓는 것, 그것을 통해 사람 사이의 생각이 이어지고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만큼 말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서로의 의도를 읽는 것이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타인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해..

2023.12.11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산문

뭐랄까, 너무 힘든 시기에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이라는 슬픈 제목에서 끌린 책이다. 글쓴이는 평론가인데 여느 작가 못지않게 글솜씨가 좋은 것 같다. 좋은 글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정치색을 짙게 띤 부분에서는 굳이... 싶은 생각도 들고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필력과 사유가 돋보이는 좋은 책이었다. 하이라이트 사람도 그렇지만 글쓰기도 그렇다.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안 준 것이다.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거대한 고통은 정체되어 있다가 이완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법이다. 이 시종을 본 순간이 바로 그 이완의 순간이었다." 예컨대 별안간 부모의 초상을 치르게 된 사..

2023.11.11

[책/서평]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결국 나고 죽는 이야기

죽음을 앞둔 노교수의 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라는 비슷한 책도 읽었던 것 같은데, 구체적인 내용은 생각이 잘 안난다. 그래도 머리속 어딘가에 남아있겠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말은 묘한 무게가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있기에 가장 솔직하고, 오래 살아온 사람이기에 삶의 정수가 담겨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흔히 나이들면 머리가 굳는다고 한다. 내 어렸을적, 아버지는 어렸을때 뭔가가 고장나면 뚝딱 고치시는 분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70에 가까운 나이가 되신 지금은 내가 보기에 별 것 아닌 일도 쉬 해내지 못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가끔은 작은 두려움을 느낀다. 나의 미래, '나도 어쩔 수 없이 머리가 둔해지는 순간이 오면 어쩌지, 세상이 내 머리를 앞질러 가는 순간이 오면..

2023.06.19

[리뷰/서평] 이진숙 저 -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그림과 함께 온전한 내가 될 때] - 미술사와 시대의 흐름

하이라이트라고 옮겨 적다보니 이게 하이라이트가 맞나 싶을정도로 줄친 부분이 많아서, 새삼 아아, 좋은 책이었구나 싶다. 세상에 좋은 미술작품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미술작품들이 왜 위대한지, 시대적으로 어떤 의미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근대 화가들을 화가별로 한명씩 소개하며 관련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작가가 참 내공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단순히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화가의 삶부터, 시대적인 배경까지 요리조리 잘 버무려서 글을 읽는 맛이 났다. 갬성돋는(?) 작가님의 에세이 같은 내용은 덤. 우열을 나누려는건 아니지만 이전에 읽은 최태성 선생님이 쓰신 책과 비교 되었달까. 하필 바로 이전에 읽어서…^^; 여하튼 꽤나 지적 호기..

2023.04.17

230411 - 최태성 지음 [역사의 쓸모]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학생이 읽어보면 참 좋을만한

친구에게 재작년인가 선물로 받은 책인데 이제 와서야 다 읽었네. 한참 3~4년전 쯤 역사 붐이 불었던 때가 있다. 당시 매스컴에 역사 선생님들이 많이 출연했는데, 그때 연극영화과 출신 설 모 강사님과 쌍벽을 이루었던 최태성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그래서인지 뭔가 고등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읽기 좋도록 쉽고 친절하게 쓰여진 느낌이랄까. 경험 많은 선생님이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인생얘기 해주는 느낌. 책만 읽어도 학생들에게 참 재미있게 수업 하는 선생님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선생님에게 배웠으면 나도 한국사가 좀 재미있었으려나. 책 뒷면에 쓰여진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이회영 선생의 말처럼, 젊은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 물론 다 큰 성인이 편안하게 일독하기에도 충분한 책..

2023.04.12

김동춘 지음 - [대한민국은 왜?] : 대한민국 근대화 잔혹사

현대의 대한민국은 갈등의 대한민국이다. 지역 갈등, 노사 갈등, 빈부 갈등, 그리고 최근의 젠더 갈등까지. 그런 갈등이 어디로부터 기인했는지,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꽤 심도있게 알수있게 해주는 책이다. (약간 단정적인가 싶기도 하지만...) 과거엔 대한민국의 근대사나 현대사를 다룬 내용이 재미 없었는데, 요즘따라 재미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나이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 발현되고있는 정치, 사회적 갈등이 조금 더 피부에 와닿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최근 읽게되는 책이 번역서들이 많은데, 박학다식한 학자가 순수 한국어로 알차게 내용을 채워 쓴 책을 읽으니 조금 더 완성도 있는 한글(?)을 읽는 느낌이라 좋았다. 좌파-우파 / 진보-보수 / 남-녀 / 친미-반미 / ..

2023.03.28

책 서평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 저 : 적극적으로 불평등을 고려할 시대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 에 이어 출간된 마이클 샌델의 책이다. 역시 비슷한 주제를 놓고 다루는데, 좀 더 현대사회의 상황에 집중한 내용이다. 위대한 개츠비 서두에 나오는 대사를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을 때는 그가 너와 같은 배경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돌아보라" 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이는 어찌보면 불평등에 대한 소극적인 고려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흠을 근본적인 불평등에서 찾는 시도. 그러나 마이클 샌델은 이제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시대라고 말한다. '능력주의' 라고 하면 얼핏 지극히 정의로운 것으로 판단된다. 능력을 가진 사람이, 능력을 가진만큼 가져가는 사회. 그리고 그 패러다임에 따라서 근대 이후의 자유주의는 흘러왔다. 그러나 그 능력이 노력이 아닌, 이미 선..

2023.03.28

[책/서평/리뷰] <히트 메이커스> 무난해서 편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지인들에게 익히 듣고 있다가, 처음으로 신청한 트레바리에서 만난 첫 책이 다. 책은 어차피 정해진 터이니 결제먼저 하고 봤는데, 책이 도착해서 열어보니 컨텐츠 쪽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더라. 마침 컨텐츠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이기에 더욱 잘되었다 싶었다. 필자는 흥미로운 사례를 시작으로 해서 해당 사례를 분석하는 형식으로 썰을 풀어나간다. 예술부터 약간의 철학, 영화, 최근 컨텐츠 및 IT 까지 아우르는 필자의 박식함과, (뜬금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흩어져 있는 이야기 조각들을 한 주제 하의 이야기로 엮어낸 능력에는 박수를 보낸다(짝짝짝). 다만 다 읽고 나서 돌아보니 문득 이 책 자체가 저자가 말한 ‘히트 메이킹’ 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건 당연한 걸까. 책에서 강조했던 마야 원칙처럼..

2023.03.01

[리뷰/서평/책] 10년 만에 다시 만난 <그리스인 조르바>

는 대학 시절부터 참 좋아했던 책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면 이 책을 고를 정도였달까요. 지금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산다면 조르바처럼’ 따위의 짧은 메모를 적어 선물하기도 했었습니다(웃음). 아마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20대 초반이지 싶은데,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학 속의 멋진 인물을 꼽으라면 ‘조르바’가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조르바가 대단히 인상 깊긴 깊었던 거죠. 이후 무려 서른* 살이 되어 조르바를 다시 만났습니다. 10년 전과 변함없이 조르바는 나를 매혹시켰습니다. 직설적이고, 명쾌하고, 무식하면서 유식하고, 남자다운 인물.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인간.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 조르바의 매력은 이성적인 판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장 육부로 느..

2023.02.28

책 서평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 신기한데 쫌 연식은 된듯한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익히 듣긴했는데 지금에 와서야 읽었다. '넛지' 라는 개념 자체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살짝 원하는 방향으로 돌린다' 는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있어서, 2017년 책인가 했지만 사실 이 책은 2008년에 쓰여진 책이었다. (약간 아쉬움) 인간의 행동, 사고가 부지불식간에 어떤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서 영향받는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넛지' 는 그런 영향을 의미한다. 책에서 제안하는 정의로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이라고. 책 '넛지' 는 그런 '부지불식간의 요인' 들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이로운 방향으로 선택하게 '유도' 하는것을 제안한다. 책 전체적으로 초반에 '넛지'의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202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