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 에 이어 출간된 마이클 샌델의 책이다. 역시 비슷한 주제를 놓고 다루는데, 좀 더 현대사회의 상황에 집중한 내용이다.
위대한 개츠비 서두에 나오는 대사를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을 때는 그가 너와 같은 배경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돌아보라" 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이는 어찌보면 불평등에 대한 소극적인 고려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흠을 근본적인 불평등에서 찾는 시도. 그러나 마이클 샌델은 이제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시대라고 말한다.
'능력주의' 라고 하면 얼핏 지극히 정의로운 것으로 판단된다. 능력을 가진 사람이, 능력을 가진만큼 가져가는 사회. 그리고 그 패러다임에 따라서 근대 이후의 자유주의는 흘러왔다. 그러나 그 능력이 노력이 아닌, 이미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면? 혹은 그 결실의 분배가 지극히 편향적이라면? 마이클 센델은 그러한 상황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앞선 [정의란 무엇인가] 보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어쩌면 조금 더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이야기를 한다. 다음에 읽은 [존 롤스 정의론] 과도 통하는 내용.
다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없지않아 아쉬웠는데, 계속 다른 상황과 화두를 던졌던 [정의란 무엇인가?] 에 비해 중언부언 하는 느낌.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책의 내용을 좀더 간결하게 줄였다면, 좀 더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p31. 실제로는 SAT 점수와 수험생 집안의 소득이 비례관계를 나타낸다. 더 부유한 집 학생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p50. 미국인의 70퍼센트는 '가난한 사람이 자력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유럽인은 35퍼센트만이 그렇게 여긴다. 이런 사회적 이동성 관련 믿음은 미국이 주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왜 그처럼 복지제도에 소극적인지 설명해준다.
p53. 능력주의적 오만은 승자들이 자기 성공을 지나치게 뻐기는 한편 그 버팀목이 된 우연과 타고난 행운은 잊어버리는 경향을 반영한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자격이 있는 것이고, 바닥에 있는 사람 역시 그 운명을 겪을 만하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기술관료적 정치의 도덕적 자세이기도 하다.
p57. 그러나 우리가 겪고 있는 '기술관료 버전'의 능력주의는 능력과 도덕판단 사이의 끈을 끊어버렸다. 이는 경제 영역에서 '공동선이란 GDP로 환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간단히 정해 버렸으며, 어떤 사람의 가치는 그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에 달려 있다고 못박아버렸다.
p60. 경제활동이 '물건 만들기'에서 '돈 관리하기'쪽으로 넘어가면서, 또한 헤지펀드 매니저나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 전문 직업인들이 사회적 보상을 과하게 챙기면서 전통적인 일자리에 대한 명망은 급락, 약화되었다.
p69.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은 불운을 겪는 사람에게 냉혹한 태도를 부추긴다. 그 고통이 심할수록 '오죽 제대로 못했으면 저럴까' 하는 의심이 짙어진다.
p90. 평등지향적 진보파들은 운의 우연성을 강조한다. 그들은 시장 사회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인성과 미덕만이 아니라 운과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한다.
p105. 우리 자신을 자수성가하고 자기충족적인 존재로 여길수록, 우리보다 운이 덜 좋았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힘들어진다. 내 성공이 순전히 내 덕이라면 그들의 실패도 순전히 그들의 탓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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