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지음 - [대한민국은 왜?] : 대한민국 근대화 잔혹사

SGZ 2023. 3. 28. 23:30

 

올드한 표지. 좀 예쁘게 만들지..

 

현대의 대한민국은 갈등의 대한민국이다. 지역 갈등, 노사 갈등, 빈부 갈등, 그리고 최근의 젠더 갈등까지. 그런 갈등이 어디로부터 기인했는지,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꽤 심도있게 알수있게 해주는 책이다. (약간 단정적인가 싶기도 하지만...)

과거엔 대한민국의 근대사나 현대사를 다룬 내용이 재미 없었는데, 요즘따라 재미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나이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 발현되고있는 정치, 사회적 갈등이 조금 더 피부에 와닿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최근 읽게되는 책이 번역서들이 많은데, 박학다식한 학자가 순수 한국어로 알차게 내용을 채워 쓴 책을 읽으니 조금 더 완성도 있는 한글(?)을 읽는 느낌이라 좋았다.

좌파-우파 / 진보-보수 / 남-녀 / 친미-반미 / 친일-반일 어느쪽으로든 본인이 정치적 색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해보면 좋을것이다. 무언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려면 적어도 그것의 배경은 어느정도 알고 하는게 그 지지, 혹은 반대되는 것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면서.

 


 

p10.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 가치와 철학은 한국 문화의 전통 혹은 서구의 자유, 평등, 민주, 공화 등의 가치를 나름대로 소화하고 비판적으로 재해석한 토대 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조선 말 이후 근대화를 위해 조선인들이 받아들인 두 외래 사상,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대립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p50. 유교 문화의 낙후성과 신분 차별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청년들은 기독교와 공산주의라는 서양에서 온 두 사상에 큰 기대를 걸었다.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모두 인간 해방과 평등 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신 앞에서의 평등, 구원의 평등을 표방한 기독교는 전근대 신분 질서를 비판하는 무기가 되었다. 사회주의, 특히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근대 자본주의가 안고있는 계급적 모순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인간 해방을 지향했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개인의 내적인 초월을, 사회주의는 현실 정치와 사회의 변혁을 해방의 길로 제시한 것이다.

p76. 8.15 직후 납작 엎드려있거나 한민당에 들어갔던 일제 부역 세력이 반탁운동을 통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애국자'로 둔갑했다. (...) 일제 부역 세력은 '우익'을 자처하면서 반대파를 모두 좌익으로 지목, 배격하고 곧 단독정부 수립의 길로 나갔다.

p80. 부일 협력 세력은 자신의 과거를 덮고 살아남기 위해서 명분이 필요했다. 그들이 해외 우파 독립운동의 상징인 임시정부를 '절대 지지' 한 것은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자구책이었다. (...)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일을 '절대 지지'하거나 '절대 배격'할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자기방어를 위한 심리적 이유가 클 것이다. 권력과 돈, 즉 기득권 수호가 그 기본 동기가 된다.

p88. 이로써 이후 대한민국의 핵심 국가기관이 된 군과 경찰은 처음부터 미군정의 계획 아래 일제 식민지의 하수인들로 채워지고 말았다.

p99. '해방'됐다는 조선에서 일제의 경찰이 다시 살아나 항일투사와 민족주의자들에게 일제 때보다 더 심한 폭력과 고문을 가했고, 좌익과 우익은 서로를 원수처럼 적대했다.

p142. 이승만과 함께 귀국해서 제1공화국 시기의 최고 엘리트 집단을 차지한 인사는 거의 기독교인이었다.

p161. 그 사이에 형성된 대형교회는 현재까지 한국의 집권 여당과 보수주의를 떠받치는 가장 든든한 표밭이자 기둥으로 남아있다.

p248. 결국 한국에서 교육은 세속적인 가치인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이자 평생 따라다니는 신분증과 같은 것이 되었다. 좋은 학교 졸업장과 우수한 성적은 남을 지배하는 자리로 올라가는 통로이며 옛날식으로 말하면 양반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p296. 민주화 이후 한국의 지배 질서는 학생운동이나 지식인 세력에 의해 흔들리던 취약한 상황을 벗어나 재벌 기업이 '그림자 정부'로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단계로 진입했다.

p299. 한국의 '87년 체제', 즉 정치적 민주화를 내용으로 하는 정치 변동은 거의 일단락됐다.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압도하는 세상에서 민주화라는 담론이나 구호로는 더 이상 개혁의 미래와 전망을 담을 수 없다.

p313.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타이완은 그 역사에 비해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 필리핀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p330. 일본 의존 개화파는 부일 협력 세력이 되었다가 1945년 이후 미국을 추종하는 반공주의자가 되었고, 이어서 근대화론과 개발독재의 지지자가 되었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세계화, 선진화의 기수가 되었다.

p337.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전통의 재발견이나 내면적인 성찰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에서 찾다 보니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가시적 성과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류병, 학력병, 최고병, 출세병이 창궐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