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바빠서라면 핑계일 테고, 아마 나사가 빠져서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어느새 이만치나 지났다. 시간은 이렇게나 빨리 간다. 그래서 다시 쓰기로 했다. 뭐라도 쓰기로 했다. 보잘 것 없는 일기 몇 줄이라도 좋으니 쓰기로 했다.
사실 전엔 그랬다. 내 책상에는 몇 년째 Bookend the day 라는 종이가 끼워져 있다. 옛날에는 나름 규칙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실패하고, 또 노력했다. 헌데 언젠가부터 그런 노력조차 없어졌다. 하루하루 살아내기에도 버거웠나 보다.
내일 모레면 서른이고, 회사에 다닌지도 만 일년이 되어간다. 돌아보면 어찌어찌 하다보니 군대도 다녀왔고, 대학도 졸업했고, 직장도 구했고, 차도 샀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스물 아홉. 눈 앞에 닥친 과제를 풀어가다 보니 다 지나간 이십대.
이십대, 남들보다 조금 열심히 움직여서 얻은 결과가 취업이고, 사회에서 성인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라면, 삼십대의 나는 무엇을 해야하며, 또 이루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천둥벌거숭이 처럼 이리저리 날뛰어서 그저 많이 보고, 만지고, 먹고, 즐기는 것이 미덕이었던 이십대라면, 삼십대는 이제 중심과 방향성을 잡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미덕이지 않을까.
아.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장황한 글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결론은 쫓기듯이 살지 말고, 이제는 내 중심과 여유를 찾아야 겠다.
이젠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