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KT 36

Scent of a Woman 여인의 향기(1992) - 남자의 멋

90년대 드라마 장르의 영화는 그것들 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있다. 쇼생크탈출, 포레스트검프, 브레이브하트, 굿 윌 헌팅과 같은 영화들이 공유하고 있는 느낌. 복고적이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배경, 필름의 약간 바랜 색감, 현란하지 않은 카메라워크, 비교적 선형적인 스토리 등. 그래서 요즘 영화들을 보면 씁쓸해질 때가 있다. 기술과 기교는 발전했는데, 어쩜 이렇게 20년 전의 영화보다 재미도 감동도 못한 영화들이 대부분인지. 영화에서 나오는 알 파치노는 늙은 장님 퇴역 군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멋지다. 알 파치노의 수려한 외모도 한 몫 했겠지만, 다른 배우가 연기했어도 이 캐릭터는 분명히 '멋' 이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근육보다는 사상이 멋진 캐릭터니까. 너무도 유명한 탱고 씬. 자신감, 주관,..

영화, MKT 2014.09.07

셰임 Shame (2011) - 드럽게 불친절한 영화

극도로 불친절한 영화다.그 불친절함 때문에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안된다. 영화 속 주인공은 보통 사람과는 지극히 다른 비정상적인 인물이다. 그렇게 '나와는 다른' 캐릭터에는 쉽게 감정이입을 하기가 어렵다. 감정이입이 어렵다면 '쟤는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게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너무나 불친절하게도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다. 그래서 주인공은 그냥 나와는 다른 '정신병자' 에 그친다. 난 다행히 저렇게 과하게 섹스에 집착하지도 않고,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지도 않는다.그렇게 캐릭터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토리도 이해가 안된다. '쟤가 왜 저러는거지?' 싶은 부분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 패스밴더는 왜 갑자기 게이클럽으로 들어가는가. 성적 욕구가 과해지면 ..

영화, MKT 2014.08.03

영화 우아한 세계 (2007) - 남자는 진정 소모품인가?

감독이 의도한 그대로 영화를 봤다. 그닥 복잡하지는 않은 영화다. 1. 감독이 말했다. '이참에 니들 아빠 한번 돌아 보자. 아, 혹시 넌 이 딸년처럼 이런 적 없니?'. 그래서 돌아봤다. 그랬더니 문득 슬퍼졌다.2. 교미를 마치고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수컷 사마귀가 떠오른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남자는 소모품" 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송강호는 정확히 수컷 소모품으로써의 인생을 산다. 헌데, 보는 동안 그 소모품으로써의 인생이 십분 이해가 됐다. 진정 모든 수컷에게는 소모품으로써의 DNA가 있는 건지? 송강호는 탁월했고, 음악은 적재적소에서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에 탄력을 줬다. 웰 메이드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명대사: "에이 씨... 내가 뭘 잘못했다고..."

영화, MKT 2014.07.24

홍상수 감독 영화 <하하하> (2010) - 다큐이기를 원하는 극

이런 영화를 보고 '척 하는' 감상을 적을 수는 정말 없겠다. 홍상수 홍상수 말이 많은데 왜 그런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게 기성 영화들이랑 다르다.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다큐와 극의 경계선에 있는 느낌이다. 어쨌든 연출이 있으니 극이긴 한데, 다만 다큐를 지향하는 극. 다큐는 지루하고, 극은 우리네 삶과 동떨어져 있다. 다큐는 피튀길 일이 없고, 극은 피가 영화처럼 튄다.(현실적이지 않게!) 홍상수는 그 사이를 절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연출을 통해 날 것을 가장 날 것처럼,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다.얼마 전 봤던 비포 시리즈도 롱테이크와 즉흥성을 가져간다는 것에서 얼핏 공통점이 있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는 그 날 것의 정도가 다르다. 비포 시리즈가 미디움레어면, 홍상수표 영화는 ..

영화, MKT 2014.07.22

Before Midnight 비포 미드나잇 (2013) - 어찌 가슴뛰는 것 만이 사랑이랴.

좋은 영화다. 어찌 가슴뛰는 것 만이 사랑이랴. 가슴뛰는 감정이 2년이면 사라진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선라이즈의 만남은 낭만 그 자체다. 마지막에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낭만도 현실로 들어오는 순간 지루한 일상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추억으로 남겨놓을 때 아름다운 것이 있다.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세 번째 만남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선셋에서의 재회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있다.미드나잇에서의 모습은 현실 그 자체이다. 몸뚱이는 늙어가서 옛날의 빛을 잃고, 별것도 아닌 것으로 싸우고, 소리지르고. 선라이즈의 독일인 부부의 모습이 정확히 그들의 모습이 되어 있다. 그러나 결론은; 그들은 역시 사랑했습니다. 다만 현실속에서, 현실적으로.낭만이라는 거품이 빠지고..

영화, MKT 2014.07.21

Before Sunrise 비포 선라이즈 (1995) - 연출이 없는 듯한 연출의 극치

영화 속 둘은 사랑에 빠졌지만 유예한다. 아주 만날 수 없는 것은 역시 아니다. 다만 미뤄 놓는 것이다. 설명하기는 어려운 심리인데, 이해와 공감은 된다. 이터널 선샤인 이후로 “별이 다섯 개” 할 수 있는 첫 멜로물이다. 이터널 선샤인이 최고의 연출이었다면, 비포 선라이즈는 연출이 없는 듯한 연출의 극치다. 늙으면 클래식이 좋아진다고, 이제는 후자가 더 좋아질 것 같다.

영화, MKT 2014.07.11

[영화리뷰] 남자가 사랑할 때 (When man loves a woman, 1994) - 다 퍼주고 싶은 남자의 심리

전형적인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예상되는 제목이지만, 생각과는 달리 시작부터 결혼한 부부의 얘기 ㅋ. 가벼운 마음으로 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꺼리가 있는 영화였음. 맥 라이언은 알콜중독에 걸린 부인. 위대한 개츠비 리뷰에서 썼던, '모났지만 매력적인 여성' 스타일로 판단됩니다. 맥아줌마의 전성기(조금 지난) 시절을 볼 수 있음.그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 앤디 가르시아. 인내심도 뛰어나고, 사려깊은 편이고,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남편감으로 그려지죠. 이 영화가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남편감임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부부간의 갈등을 잘 그려냈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남자의 심리를 통찰력 있게 잘 그려냅니다. 이 영화를 통한 감독의 What to say 는, 영화의 ..

영화, MKT 2014.06.23

영화 <위대한 개츠비> (2013) 감상 - 남자가 사랑할 때.

정말 인상깊게 봤다. 책은 전에 읽었지만, 띄엄띄엄 봐서 그다지 몰입하지 못했었는데, 2시간의 영화로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 피츠제럴드가 뭘 말하려고 했던 건지 이제 확실히 알겠다.이 스토리를 통해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간단하다. '남자가 사랑할 때'. 끝! 네티즌 리뷰를 보니 개츠비가 데이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에 대한 묘사가 너무 없지 않나요... 개츠비가 데이지한테 빠진것이 이해가 안되는데요... 하는 얘기들이 있는데... 이 리뷰를 쓰신 분은 여자라는 것에 내 전재산과 손목 겁니다. ㅋ원래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게 그런거에요. 머리로 이해되는게 아닙니다.정말 징그럽게 한 사람을 좋아 해봤다 하시는 남자분은 알꺼에요. 취향이 잘 맞고... 집안이 좋고.. 학벌이 어쩌구 저쩌구... 됐고, 남자..

영화, MKT 2014.06.16

[리뷰/영화] 반두비(2009) - 기호에 폭력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생각 없이 마냥 재미있게만 볼 수 있었던 영화는 아니었다.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 혹은 (주로) 다수자로 사는 사람이다. 때문에 ‘이런것이 올바른 것이다’ 라는 사회적 합의 밖에 있는 소수자들을 그려낸 영화를 보면서 은연중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당하는 부당함들이 적극적으로 그려져서 더더욱 불편했다. 일단 보기 싫어 덮어놓은 문제를 들춰낸 느낌이랄까. 지금도 그들은 그러한 부당함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럴 때 나는 무기력함을 느끼고는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쉽게 말해 ‘진상’ 이다. 딸에게 못보일 꼴을 보이는 엄마부터, 퇴폐업소에서 제자를 만나는 선생님까지. 영화를 보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어버려 주인공이 할 말은 하는 ..

영화, MKT 2014.04.09

[리뷰/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 2012) - 프레이밍으로 본

영화는 ‘장고’ 라는 흑인 노예가 독일인 현상금 사냥꾼을 만나서 아내를 되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룬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표현할 때 흔히 사용되는 ‘B급 감성’ 이라는 말에 걸맞게, 생각없이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였다. 그러한 와중에도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히 드러나는 의미심장한 씬이 있었다.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의 캘빈 캔디가 장고와 슐츠 박사의 속셈을 눈치채고 미묘한 긴장 속에서 그들을 위협하는 씬이다. 플랜테이션의 귀족으로 자란 캘빈 캔디는 말한다. “흑인들은 왜 우리 백인들을 죽이지 않는가?” 캔디의 아버지의 면도를 담당한 흑인 ‘벤’ 이 마음만 먹었다면 주인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못..

영화, MKT 201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