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첫인상
IMDB 순위권에 올라와 있는 영화들을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너무 오래된 영화들은 제외하구요.
영화의 제목만 보고는 이런 영화라고는 예상 못했습니다. 그란 토리노라니. 어감이 딱 때려 부수고 달리는 액션 영화입니다. 뭣도 생각하기 싫은 밤에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한 영화인데 생각보다 의미있는 영화였습니다.
동양 문화에 대한 서양인의 시각
동양인의 한명 으로써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웃집의 동양 가족은 조금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서양 문화에서보다 가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이 퇴색되었지만)아직은 예의와 노인공경을 강조하는게 그래도 동양의 문화이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속에서 이런 문화가 급격히 사라져가는 서양 문화 속에 살고 있는 한명으로써 동양의 그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걸쭉한 비속어들
군생활을 미군부대에서 보낸지라 영어 욕에는 어느정도 익숙합니다. 욕은 미국 욕이 창의적인게 많죠. 우리나라는 된소리 발음의 변형으로 들어가는게 대부분이지만, 재미있는 비속어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또 다른 재미가 되었습니다. 젊은 친구가 그랬다면 또 다르게 다가왔겠지만, 배경이 거칠은 과거를 지난 나이 지긋한 퇴역 군인이라는 점에서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젊은 여성이 욕지거리를 한다면 부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지만 욕쟁이 할머니의 욕은 애정 표현으로 들리기도 하듯이 말입니다.
진정한 인간적 유대
이 영화의 핵심을 뚫는 내용은 '인간적 유대'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중 클린트스트 우드는 고독한 퇴역 군인입니다. 영화의 시작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아내를 잃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식이라고 있는 것들은 자신들의 생각에만 바쁜 사람들이죠.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관계 속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인간관계라는 것에 회의를 느낍니다. 항상 옆을 지켜주는 개와 그렇게 살다가 가면 그만인 세상인 것이죠.
그러던 그에게 옆의 동양계 가족이 다가옵니다. 처음엔 철저하게 이기적인 이유로 어쩌다 그들과 엮이게 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동양인 가족들과 인간적 유대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피붙이들이지만 인간적 유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자식들보다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되죠.
주인공은 인종차별적인 비속어를 한껏 쓰는 언행을 볼 때 백인우월주의자로 보입니다. 그런 주인공이 인종을 넘어서 동양인 가족들과 유대를 쌓는 모습이 설득력 있게 나타나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인간과 인간을 엮는 것은 색깔이나 문화에 선행하는 어떠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에서는 주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철학이 녹아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은 죽고 젊은 여자는 산다' 그리고 반전의 힘
'노인은 죽고 젊은 여자는 산다. 공정한 거래다' 라는 대사는 씬시티에 나온 대사입니다. 브루스윌리스가 천명하는 아주 멋진 대사이지요. 이 영화에서도 공통되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죽음으로써 인간적 애착을 갖게 된 젊은 동양인들의 삶을 지켜줍니다. 그가 동양인들의 집으로 혈혈단신으로 찾아갈 때 무뢰배들을 다 척살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 전에 총을 닦는 모습이나 언행, 그리고 캐릭터에서 그런 뉘앙스를 계속 풍기죠. 영화가 그렇게 흘러갔다면 그냥 그런, 현실성 없는 복수극에서 그친 영화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이렇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마지막의 반전 때문입니다.
자신의 손해는 절대 인정하지 않던 캐릭터인 그가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마저 희생했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끝까지 남자의 가오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멋진 캐릭터의 멋진 희생입니다. 어찌 감동이 없겠습니까 ㅠㅠ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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