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KT

장준환 감독 <지구를 지켜라> (2003) - 작품성과 흥행성

SGZ 2015. 10. 12. 02:45




흥행에 실패한 비운의 명작이라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를 봤다.

왜 이런 명작이 흥행에 실패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알려주겠다. 이 영화 흥행 실패의 이유는, 이 영화가 괴상한 괴작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애초에 대중 친화적인 영화가 아니다. 

기괴한 스토리, 기괴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할 곳을 찾기 쉽지 않다. 어떤 캐릭터에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니 이야기는 그저 남의 이야기 같다. 몰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가 덜하다. 재미는 흥행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생각해보면 컨텐츠에서 재미를 느끼는 데에는 감정이입이 참 중요하구나 싶다. 미술 작품을 생각해보면 더 알기 쉬운데, 몰랐으면 음탕한 조각 정도로 보일 <샤쿤탈라> 는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를 알면 짠해지고, 웬 못 그린 나체 그림인가 싶을 <가족> 은 에곤 쉴레의 개인사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알게되면 슬퍼진다. 배경을 알게되니, 작가에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 그림은 더욱 풍부한 의미로,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다.


좌 - 샤쿤탈라, 우 - 가족


<지구를 지켜라> 는 여러가지 의미를 잘 버무려낸 영화라는 점에서 작품성 있는 '수작' 일 수는 있다. 그러나 괴작이어서 '흥행작' 이 될 영화는 아니다. 작품성과 흥행성은 별개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가 항상 작품성 있는 컨텐츠만 소비하는건 아니지 않나. 모든 대중들이 그렇게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명량> 과 <7번방의 선물> 이 흥행한 것을 보면...)

그래서 나는 <지구를 지켜라> 를 보고 "이런 명작을 마케팅이 수면밑으로 묻었다" , "마케팅만 제대로 했으면 이 영화는 흥행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없이 지껄이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가서 뒷통수를 한대 후려쳐주고 싶다.



다시 만들었다는 이 포스터였어도 그렇게 흥행했을 것 같지는 않아...
(좀 낫긴 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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