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KT

[Opinion] 부러진 화살, 가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SGZ 2012. 2. 3. 16:02




  영화를 보는 내내 어두컴컴한 상영관 안에서는 몇 차례의 탄식이 이어졌다. 그 탄식들은 극중 표현된 사법부의 몰상식함에 대한 참을수 없는 분노의 표출이었다. 영화는 '이 영화는 공판기록을 토대로 만들어 졌다' 는 메시지로 끝을 맺었다. 그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 극중 표현된 사법부는 현실 속의 사법부가 되었으며 극중 김경호 교수는 현실속의 김명호 교수가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분노하는 여자친구에게 "각색이 많은 부분 된 것이겠지" 라고 말하며 위로했다. 여자친구에게 하는 위로였으면서도 아직 정의는 살아있다고 믿고싶은 나 자신에게 하는 위로였다. 영화는 영화이기를 바랬다.

  부러진 화살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고맙게도 극중 변호사 역으로 나온 박훈 변호사는 공판기록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고 있었다. 
박훈 변호사의 블로그
내심 아니기를 바랬지만 극중 그려진 재판 과정은 공판 기록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영화에서 '화살을 맞았냐 맞지 않았냐?' 하는 쟁점, 그리고 사법부의 고압적인 태도는 공판기록에서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김명호 교수를 옹호하고 싶은 추호도 마음은 없다. 판사에게 흉기를 들고 찾아가 위협과 몸싸움을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는 분명 유죄이며 또한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김명호 교수의 평소 언행에 대한 기사    
그러나 그점을 떠나서 한가지는 분명하다. 사실 관계는 명확히 해야 한다. 판사에 대한 위협이 아무리 괘씸한 것이라고 해도 맞지 않은 화살을 맞았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약자가 상식적으로 타당한 의혹을 제기하고, 권리를 요청하는데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한 국가의 사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그들을 억압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혹자는 여론을 보고 말한다. 렌즈를 통과하는 순간 현실은 재구성 된다고, 픽션을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이 영화는 우리를 선동하고 있다고. 영화가 100% 현실은 아니라는것, 미안하지만 알고 있다.
대중의 스펙트럼은 넓다. 그 스펙트럼 안에 우매한 사람들도 있음을 인정한다. 벌써 인터넷에서 종종 보이는 김명호 교수가 영웅이네 어쩌네 하면서 추앙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그러나 그 소수의 몰지각한 사람들을 '대중' 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 시키는 오류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중들은 자신이 대중보다 우월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그들만큼 똑똑하다.

  '부러진 화살' 이 영화 그 자체로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수면위로 드러나게 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넘어 여러 흥미로운 담론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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