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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남자가 사랑할 때 (When man loves a woman, 1994) - 다 퍼주고 싶은 남자의 심리

SGZ 2014. 6. 23. 16:24





  전형적인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예상되는 제목이지만, 생각과는 달리 시작부터 결혼한 부부의 얘기 ㅋ. 가벼운 마음으로 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꺼리가 있는 영화였음.


맥 라이언은 알콜중독에 걸린 부인. 위대한 개츠비 리뷰에서 썼던, '모났지만 매력적인 여성' 스타일로 판단됩니다. 맥아줌마의 전성기(조금 지난) 시절을 볼 수 있음.

그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 앤디 가르시아. 인내심도 뛰어나고, 사려깊은 편이고,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남편감으로 그려지죠. 

이 영화가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남편감임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부부간의 갈등을 잘 그려냈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남자의 심리를 통찰력 있게 잘 그려냅니다.


이 영화를 통한 감독의 What to say 는, 영화의 제목처럼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입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의 특징은 '다 해주고 싶다' 는 것. 여기서 남진 형님 노래의 한 구절을 빌리면,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다 내가 해줄게으에~"... 문제는 상대방이 다 해주기를 원하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 거기서부터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하는 거라.

맥 라이언이 알콜중독 재활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던 관계였지만, 재활원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남자가 A 부터 Z 까지 챙겨주는 것을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역할을 잃은 것이라고 느끼고 무기력함을 느끼죠.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왜 지가 다 해버리는거야?" 싶은거지. 원래 다 큰 사람은 어느정도의 자율성이 필요합니다. 거기서 자기효용감도 오는 것일 테고. 난 다 큰 성인인데, 엄마가 여친 보여줄 팬티까지 골라주려 한다고 쳐봐ㅋ. 얼마나 짜증남.

남자가 여자한테 다 해주려고 하는 것은 분명 사랑해서가 맞습니다. 그것도 엄청 사랑해서지 사실 ㅋㅋ 단순 성욕으로는 그렇게 못함ㅋㅋ

그런데 그렇게 다 해주고 싶은 심리의 코어에는 오히려 남자의 불안함이 있어 보여요. 내가 이렇게도 사랑하는 이 여자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맥 라이언이 재활원에 들어가기 전에 앤디 가르시아는 분명 행복했을 겁니다. 맥 라이언이 사고를 치고, 본인은 수습을 하고. '어휴 이 여자 나 없이 못 살겠구만' 싶은 시절. 얼마나 좋아요, 사랑하는 여자가 나 없이 못 살 것 같은데. 

그러나 맥 라이언이 재활원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돌변합니다. 생각보다 적응을 너무 잘 하고 있는거야 나 없는 곳인데도ㅋㅋㅋㅋ 심지어 나는 적응 못 할 것 같은 곳에서 ㅋㅋㅋㅋㅋㅋ 여기서 1차 멘붕. 우리의 좋은 남편 앤디는 그 뒤로부터 슬슬 멘탈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로 투닥투닥 하다가 큰 맘 먹고 별거를 결심. 부인이 얼마 못가 찾아와 "역시 자기 없이는 못살겠어 흐규흐ㅡ그극" 하는 모습을 기대했겠지만, 자기 없이도 딸들과 잘 사는 모습을 보면서 2차 멘붕.

그리고 옛날에 우습게 생각했던 알콜중독자의 가족 모임에서 고해성사를 합니다. "어떻게 나 없이 그렇게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그녀는 내가 필요치 않은가봐요 흑흑..."  ... 결국 남자가 다 해주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필요로 해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서 일도 손에 안 잡히는 거에요.


상투적인 해피엔딩이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20년 전 영화니까 이해해 주고.

남자의 다 퍼주고 싶은 심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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