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TV 토론 프로그램을 봤다. 토론 주제는 요즘 월가에서 일어나 우리나라에까지 퍼지고 있는 1%에 대한 99%의 시위였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는 물론이고 MB정권 심판론, 무상급식과 같은 여러 방면의 논의들이 진행됐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신자유주의를 논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진보 논객이 인간의 이타적인 측면을 이야기 하며 연대와 협력을 이야기 하자 보수 논객은 그 인간의 이타성, 자유의지야말로 신자유주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라고 재반박했다. 신자유주의라 함은 기본적으로 경제 체제를 일컫는 말로 생각된다. 헌데 어째서 그것을 논하는 과정에서 철학적 문제로 생각되는 ‘인간의 본성’까지 논의에 끌어들여진 것일까?
경제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조금은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논의되는 양상은 홍기빈의 서평에서도 엿보였다. 또한 여기서는 어째서 그러할 수 밖에 없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제, 그리고 정치라는 것의 근원을 찾아가 보는 것이 ‘경제학은 어째서 정치경제학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서평에 의하면 경제학은 그 기원에 있어서 윤리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은 ‘인간은 어떠한가?’ 그리고 ‘인간은 어떠해야 하는가?’ 와 같은 의문들을 포함한다. 신자유주의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심 추구이며, 그러므로 ‘그 본성을 응당 발휘하고 행해야 한다’는 인간관에 기초한다. 그들에 의하면 개인의 이기심 발휘는 자연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발휘해야 한다’ 는 명제를 당위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해석의 문제를 차치하면, 현대 사회에서 그것이 당위적 진리처럼 받아들여 진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시 말하면 현대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the ideal’한 상태는 이기적 본성을 한껏 발휘하는 상태이다.
이 점에서 나는 정치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간략하게 말하자면 무질서한 것을 질서 있게 구조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화의 목적은 이데올로기의 ‘the ideal’, 다시 말해 당위적으로 그래야 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앞 단락에서 서술했듯 경제학 역시 인간과 사회의 ‘the ideal’ 한 상태에 대한 관념,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경제학은 단순 경제 영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포함한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서평에서 나온 ‘신제도주의 경제학’, ‘경제학 제국주의’ 와 같은 개념은 경제학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의 여러 다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경제학과 정치학은 그러한 나름의 이데올로기를 배경에 깔고 어떤 이상적인 상태를 추구한다는 근원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측면에서, 경제학은 곧 정치 경제학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경제학이 현실에서 어떻게 정치 영역과 상호 의존적으로 반영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경제학이 왜 정치 경제학인가를 설명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 같다. 경제학은 ‘the ideal’ 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입각하여 나름의 이상적인 체계를 설명한다. 그러나 추상적인 경제 체계가 현실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정치의 영역, 다시 말해 구조를 현실 속에 만들고 바꾸는 힘을 필요로 한다. 서평에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제도나 조직, 규칙들을 설계해야 한다’ 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사회적 경제는 일종의 경제 체제로 볼 수 있고, 제도, 조직, 규칙은 구조에 관한 것이므로 넓게 보면 정치의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경제 체제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힘이 보조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베블런이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의 폐해를 제한하기 위해 정치 체제인 민주주의적 질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서평의 대목도 정치와 경제의 영역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와 정치는 그렇게 어느 정도의 영역 차이는 있지만, 각각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상호적으로 깊이 관여하며 존재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경제학과 정치는 사실상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이렇게 정치와 경제는 현실에서 상호 연관성이 매우 깊다, 또한 앞에서 살펴봤듯이 모두 그 근원에 이데올로기, 세상에 대한 어떤 ‘the ideal’ 한 상태를 추구하는 근원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둘은 근원적인 공통점과 현실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제학은 곧 정치 경제학이라고 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0) | 2012.12.18 |
---|---|
고급 멀티펜! MITSUBISHI PURE MALT 미쯔비시 퓨어몰트 4+1 멀티펜 리뷰 (4) | 2012.11.06 |
프란시스 베이컨, 그리고 추상화의 이해. (0) | 2012.09.21 |
[일상/etc.]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과 넌센스 (0) | 2012.09.21 |
[일상/etc.] 거울 나라의 앨리스 (0) | 2012.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