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평소 말하기 전략은 '말을 최대한 줄이기' 다. 사실 말이라는 것이 많아질수록 꼬투리 잡힐 부분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녀는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그녀는 항상 말수를 줄이는 모습이다. 평소 스타일을 알고 있어서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역시나 '필요한 정도만' 자신을 노출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재미는 예상치 못한 것에서 온다. 때문에 딱 예상한
정도만 자신을 노출한 박근혜의 모습은 지루하기만 했다. 그래서 결국 고생한 것은 MC 들 뿐 이었던 듯.
무엇을
노린 것인가?
박근혜처럼 대선을 바라보는 사람은 행동 하나 하나가 신중하다. 그러한
인물이 예능 TV 토크쇼에 출연했다는 것은 분명 어떠한 속내와 계산이 있는 것이다. 이 토크쇼 를 통해서 그녀가 만들고자 했던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앞에서 말했듯 박근혜는 말수를 아끼는 화법이 몸에 익은 사람이다. 박정희의 딸로 살아오면서
언행에 조심하는 것이 몸에 익은 탓이리라. 그렇게 자신을 안 내비치는 탓에 대중들에게 그녀는 차가운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다. '얼음공주' 라는
그녀의 별명은 그러한 대중들의 인식을 잘 나타내 준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의 딸이었다는 사실도
이러한 이미지에 한몫을 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박근혜에게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따뜻한 지도자', '인간적인 지도자' 로 흘러가는 원하는 대중의 요구가 고민거리였을 것이다.
정치에는 '흐름' 이
있다고들 한다. 10/26 보궐선거가 중요하다고 평가된 것도 그 이유이다. 이 선거의 여파가 내년의 총선으로 이어질 것이고, 총선의
여파는 대선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보궐선거에서 박근혜는 자신과 비슷한 '냉철한 전문 여성' 이미지의 나경원을 지원했다.그러나 결국 승리를 거머쥔 쪽은 '털털한 옆집 아저씨' 느낌의 박원순 이었다.
10/26 선거의 흥미로웠던 점은 시장으로써의 '전문성' 보다 '친 서민성' 이 더욱 중요한 쟁점이 된 선거였다는 것이다. 양
측은 상대의 '전문성 부족' 보다는 '반 서민성' 을 놓고 네거티브 공방전을 펼쳤다. 박원순 측에서는 초반에 네거티브를 지양하긴 했지만, 역시
선거 후반 들어 1억 피부관리 등 나경원의 반 서민적 모습을 공격했다. 또한 나경원 측에서도 박원순의 방배동 집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정했다. 이러한
팩트를 보면 한나라당 측에서도 '친 서민성' 이
얼마나 중요한 쟁점인지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대선을 준비하며 박근혜는 '서민' 그리고 '따뜻함' 과는 거리가 있는 기존의 '차가운 공주' 이미지를 깰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TV 프로그램의
출연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프로그램의 내용도 정치인으로써의 강인함, 강직함 등을 보여주기 보다는 박근혜가 ‘인간임’ 을 보여주려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 자신을 감추는 것이 이미 몸에 배어버린 박근혜 이기에 기대 이상의 의외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토크쇼에 나옴으로써 대중들에게 한 걸음 다가서려 하는 모습 그 자체에는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이것을 놓고 만족하면 안된다. 이렇게 단타적인, 소통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노력으로 시작 했지만, 한나라당과 박근혜가 진정한 ‘쇄신’ 의 이미지를 가져가려면 더욱 장기적이고 가시적인 커다란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이정도의 노력을 두고 '소통' 이라고 이름 붙이는 SBS 나이트라인의 평가에는 너털웃음만 나올 뿐이다.
변화, 그리고 전망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인의 패러다임은 예전과 같지 않다. 대중과 다른 ‘비범한’ 정치인의 시대는 갔다. 그들에게 맡겨진 지금까지의
정치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만 키워 왔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이 곪아 터진 부위에서는 대중
친화적인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싹트고 있다. 인간적인 정치인, 대중의
위가 아니라 대중과 같은 층에 서있는 정치인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더하여 2012년은 대선과 총선이 모두 치러지는 해인 만큼 정치판의 판도가 크게 뒤집힐 수 있다. 올해 정치판은 격동의 시기를 맞을 것이다. 그
격동의 시기를 거치고, 한층 성숙해진 대한민국의 정치가 모든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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